[CTO 에디가 들려주는 이야기] 빌게이츠의 아주 특별한 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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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전이었다. 100명 남짓한 스타트업의 부장에서 최고 기술 책임자인 CTO로 승진을 하던 때가. 

의무감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나의 기술에 대한 허영심 때문이었을까…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지만, 나는 기술로 똘똘 중무장해야 한다는 상념이 머리 속에 단단히도 자리 잡고 있었다. 

 

그래서 사람을 만나거나 회의할 때면 언제나 그 당시 최신 IT기기로 무장을 하고, 그 것을 펼쳐 놓고 허세를 떨곤 했다. 소니의 VAIO Picturebook, 소니의 PDA 야심작 Clie… 그때 나는 그것을 내 무기 혹은 나의 업무 효율을 올려주는 단짝이라고 찰떡같이 믿었다.

(소니 VAIO Picturebook-지금 봐도 멋지다고 생각되는 나는… 정상이겠지????) 
  

사실 인정하기 싫었지만, 그 당시 많이 불편했었다. 느린 부팅 시간, 사용시간, 해상도, 기록하기에는 뭔가 부족한 소프트웨어들… 

회의 내용을 기록하고 나의 생각을 정리하기엔 불편했다. 하지만 회의실에서 이 두 기기를 터억~ 하니 꺼내 놓으면 여기저기서 “오~~”라는 탄성! 그 탄성을 즐기는 나는 그들의 반응 자체만으로 마냥 좋았던 거다.  

 


(실은 이걸로 한 시간 동안 타자를 치면 손이 많이 아프다. 가장 많이 누른 키가 아마도 Backspace 였던…) 

 

16년이 지난 지금 나는 네오랩 컨버전스의 CTO다. 우리는 네오스마트펜이라 불리는 종이 위에 쓴 글이나 그림을 디지털화 해주는 스마트 기기를 만들고 있다. 종이 위에 쓰는 기기를 만든다고 나의 오래된 습관이 바뀌지는 않았다. 나는 여전히 IT기기를 좋아한다. 언제나 새로운 기기가 나오면 어떤 이유든, 핑계든 나를 합리화 시키고, 가족들을 설득 시켜 무조건 최신 기기를 손에 넣을 고민을 한다. 



(내 가방 안에 있는 것들… 어쩐지 가방이 항상 무겁더라…) 

 

하지만 아이디어를 정리하고 회의를 할 때, 더 이상 보여주기 위한 쇼는 하지 않는다. 

요즘은 종이 위에 필기를 하거나 노트북으로 타이핑 하거나, 때로는 갤럭시 노트 위에 스타일러스로 필기하는 등 그 상황에서 내가 기록하기 편한 툴을 사용하고 있다. 규칙이 있는건 아니다. 매번 상황에 따라 필요한 방식을 취하는 것이다. 정말 기분 내키는 대로! 


빌게이츠의 습관을 듣게 되다. 


우연히 빌 게이츠와 회의를 했던 한 마이크로소프트 직원의 글을 읽게 되었다. 


The first thing I notice as the meeting starts is that Bill is left-handed. He also didn’t bring a computer in with him, but instead is taking notes on a yellow pad of paper. I had heard this before – Bill takes amazingly detailed notes during meetings. 

–  회의 시작과 동시에 빌 게이츠가 왼손잡이 라는 것을 알아챘어요. 그는 노트북이 아닌 노란색 종이 패드를 들고와서 필기를 했지요. 예전에 빌 게이츠의 꼼꼼한 필기 습관에 대해 들은 적이 있어요.


이 글을 읽고 나는 깜짝 놀랐다. 빌 게이츠가! 그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가 컴퓨터가 아닌 종이에 필기를 한다니. 나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리고 더욱 더 놀라운 것은 그가 메모를 하고 정리하는 능력이었다. 



He doesn’t take notes from top-to-bottom, but rather logically divides the page into quadrants, each reserved for a different thought. For example, it appeared that all his questions were placed at the bottom of the page. 

–  빌 게이츠는 회의 내용을 순서대로 기록하는게 아니라 한 페이지를 4분할 하여 논리적으로 그의 생각을 배열해요. 페이지 하단에는 그의 질문들을 쭉 나열하더군요.



빌 게이츠식 정리 방법에 맞게 내 생각을 정리해 보았다. 


 

결국 빌 게이츠는 자신만의 노트 필기법으로 정확하고 빠르게 자신의 생각과 회의 내용을 정리했던게 아닌가 싶다. 그가 구두쇠(사실 구두쇠라는 루머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라서 값비싼 노트북이 아닌 종이를 선택했다기 보다, 회의에 집중하기 위해 선택한 도구가 종이와 펜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백의 정보 

 

인간은 다양한 형태로 정보를 인지한다. 그리고 그 정보라는 것이 사실은 빼곡히 적어 놓아야만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아무 것도 적혀 있지 않은 여백 자체가 대단한 정보일 수 있다. 빌게이츠의 필기 방식을 약간 응용하여 이렇게 한번 만들어 보았다. 상단 분면은 회의 내용을. 그리고 좌측 하단은 긍정적인 질문, 우측 하단은 부정적인 질문들로 구분했다. 

 


(각 칸에 기록된 필기량만으로 회의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되면 종이를 펼치는 순간, 그 날 회의가 어땠는지 분위기 정도는 파악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러한 데이터가 계속 쌓이면, 내가 질문이 많은 스타일인지 아닌지, 긍정적인 사람인지 아닌지 등 소위 말하는 빅 데이터를 모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필기를 체계화 하는 방법들. 무엇이 있을까?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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